식약처, 감기약 수급 위해 업계 지원 대책 발표
현장 이해도 부족 지적…약국, 제약업계 부담 가중
[매일일보 이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약국의 감기약 품귀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을 정상화하긴 역부족이다. 실제 일선 약국과 제약업계에서는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업계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동네 약국과 편의점 등의 따르면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감기약인 타이레놀, 씨콜드, 콜대원, 판피린, 쌍화탕 등이 수급난이 심각하다. 올해 초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세와 맞물려 감기약과 해열제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6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9만 8974명이며, 7월3주 코로나19 주간 확진자는 전주 대비 84.7% 증가해 일평균 6만명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6월 5주부터 주간 확진자 수가 2배 가량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6월 5주 5만명대였던 주간 확진자 수는 7월 1주 11만 명→7월 2주 23만 명→7월 3주 42만명으로 두 배씩 폭증했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1.54로, 4주 연속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감기약 품귀 현상이 심화될 것을 대비해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제약사의 감기약 생산을 확대하는 대책을 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사의 감기약 증산을 독려하기 위해 주52시간 초과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감기약을 목표보다 많이 생산하는 업체에는 약사감시유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약국과 제약업계는 단순 모니터링과 생산 증대 방안은 감기약 부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약국계는 최근 제약사들이 감기약은 물론 다른 의약품까지 공급가를 인상해 대량 매입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종로의 O약국 관계자는 “판피린과 쌍화탕 등 공급가가 오를 예정이다. 재유행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산 약이 재고가 되면 약국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는 감기약 생산 증대를 지원하는 정부의 방침에 시큰둥하다.
의약품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가 유가 상승으로 운송료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수요 예측을 못 해 약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기업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업계는 감기약 생산 증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료 사용량-약가연동제를 꼽았다.
해당 제도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의 건강보험 청구액이 전년보다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하면 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즉, 갑자기 감기약 판매량이 늘면 내년에 제도 적용 대상에 올라 약값이 하락할 수 있다.
갑작스런 생산 증대로 인한 의약품 관리 미흡으로 국민 보건 안전에 지장을 준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식약처 따르면 최근 기침·가래약인 건일제약 '아미듀오시럽', 보령바이오파마 '뮤코에이시럽', 유유제약 '유라민시럽', 하나제약 '세코라시럽', 한국휴텍스제약 '뮤코코푸시럽' 등 5개 제품이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모두 대원제약이 각 기업에게 주문받아 위탁생산하는 의약품이다. 시판 후 안정성 시험에서 함량 부적합으로 확인돼 회수 조치됐다.
업계는 시판되는 과정에서 주 성분인 아세틸시스타인이 산소와 만나 결합해 함량이 줄어들어 함량 미달로 평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Y제약 관계자는 “국민 보건을 위해 의약품을 추가 생산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정작 펜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기존 제도를 그대로 적용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