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순이익 둔화 ‘뚜렷’…‘고정금리’ 대출 많아 금리 인상 ‘미반영’
예·적금 금리는 4%대 ‘목전’…‘대손상각비’ 누적되며 비용 부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앞으로 저축은행의 성장세가 본격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보통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권에 호재로 인식된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수익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대출의 경우 대부분 ‘고정금리’ 방식이라 시중금리 상승이 뒤늦게 반영된다. 대출금리는 그대로 인데, 예·적금 금리는 높아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취약차주 증가에 따라 회수 불가능한 대출채권을 손실 처리하는 ‘대손상각비’ 역시 누적되고 있어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 79개사의 총순이익은 45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9%포인트(p)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역시 1.5%를 기록해 전년 동기(2.2%)보다 0.7%p 하락했다. 수익자산 규모가 증가하면서 영업수익의 규모는 증가한 반면,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률 상승과 대손상각비 증가가 ROA 하락을 견인했다. 일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상위 저축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사전적으로 대손충당금을 확보하고, 개인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소폭 상승한 것도 상각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저축은행은 최근 5년간 끊임없이 성장하며 작년 말 자산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저축은행 업계 순이익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약 2조원에 수준으로 올라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40.4%(5657억원) 급증한 1조965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정금리’ 비중이 압도적인 저축은행은 시중금리 상승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비용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의 예·적금 동향을 살펴보면, 웰컴저축은행은 전날 정기예금 금리 연 0.3%p 인상했고, OK저축은행도 수시입출식 파킹통장 상품인 ‘OK읏통장’의 최고 금리를 연 3.2%로 인상했다. 이밖에 상상인저축은행도 최근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인상해 최고 연 3.41%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는 6.72%p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7.01%p보다 0.29%p 줄었다.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이 올라도 그만큼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못한다.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추가로 내린 데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기업의 채무부담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다중채무자를 포함해 한계여신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자 중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9년 말 69.9%에서 2020년 말 71.2%로 증가했고, 올해 5월 말 기준 75.8%까지 늘었다. 최근 1년5개월 여 만에 4.6%p 증가한 것으로, 이는 역대 최고치다. 나이스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산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 확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