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증권사들이 2분기 실적 침체에 빠졌다.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 영향으로 브로커리지 이익이 감소했고 채권운용 손실이 이어진 탓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을 공시한 증권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대부분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등이다.
NH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15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8%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1196억원으로 55.8%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에서 부진했다. 특히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운용 부문 실적이 악화됐다. 채권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ECM·DCM 발행시장이 위축됐다. 투자은행(IB) 부문만 선방했다.
KB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이 8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0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02억원으로 54.64% 감소했다.
KB증권 역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채권운용손실이 커졌다. ELS 자체 헤지 수익이 감소했고 수탁수수료도 축소됐다.
신한금융투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9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50% 감소했다. 순이익은 845억원으로 45.00% 축소됐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 손실이 확대됐고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위탁 수수료 축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증권의 감소폭은 도드라졌다. 하나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0.30% 감소한 17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89.89% 줄어든 1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집계된 증권사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하나증권 측 역시 거래대금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중개수수료가 줄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의 2분기 실적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 확대도 타격을 입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국고채 3년물 기준 금리는 1분기 대비 89bp(1bp=0.01%포인트) 상승했으며 변동성도 상당했다”며 “증권사가 운용 포지션을 설정하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형사들이 평균 운용하는 채권 규모는 20조원가량으로, 보유 채권 규모가 큰 대형사일수록 손실 규모도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한 채권 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33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2403.69로 내렸다. 올해만 19.57%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부정적인 업황에서 선방했다. 채권 운용 손실을 최소한 결과다. 현대차증권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5%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369억원으로 17.9% 증가했다. 현대차증권은 영업익과 순익에서 2분기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증권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미리 보유 채권 규모를 줄였다. 채권 평가 손실이 최소화 되 큰 피해를 빗겨갈 수 있었다. 6월 말 기준 보유 채권 잔고는 작년 말보다 14.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