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이 4개월 연속 가격 하락하며 넉 달 만에 16%가 떨어졌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고 채권 금리까지 오르며 금 수요가 위축한 영향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물 금 선물은 온스 당 1723.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등 대외 불안에 2000달러선을 뚫었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16%나 하락했다. 현재 추이로는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금이 최근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달러 초강세를 유발한 것이 금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자 미국 이외 지역의 투자자들에겐 달러로 시세가 매겨지는 금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른 것처럼 느껴져 금 매수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반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하반기 내내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는 28일에도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금 선물 가격이 내년 6월까지 온스당 165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VB프라이빗의 섀넌 사코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있다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춰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내려간다면 금값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금이 그래도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대비 차원에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금값이 1년사이에 급격한 조정을 겪은 만큼 반등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귀금속 매체 브라이언 룬드윈 골드 뉴스레터 편집자는 “만약 하반기에 연준이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긴축 강도를 조금 완화한다면 금 시장에는 다시 상당한 랠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