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달래기 급급한 정부..."2~3개월 참으면 물가 꺾일 것"
IMF "인플레 고착화 길어질 것"..."韓 경제 내년이 더 암울"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거란 기대감을 내비치며 시장을 달래고 나섰다. 하지만 해외기관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상황이 장기화될 악재들을 거론하며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의 늪이 길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이르면 9월, 늦으면 10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국민의 삶이 정말 팍팍한 상황인데 2∼3개월 동안 조금만 참으시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추가로 태풍에 따른 큰 피해 없이 통상적인 수준의 작황이라면 9월이 지나면서 10월 가면 확연한 안정세를 찾지 않을까 다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낙관론과 달리 시장의 예상은 비관적이다.
한국은행 조차도 우리나라의 경기에 활력을 넣었던 민간 소비가 향후 성장률을 끌어내릴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내려가고 이자 부담은 늘어난 데 따라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은 27일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동향분석팀이 거시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민간 소비의 금리 탄력성은 평균 0.04∼0.15%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올랐을 경우 민간소비가 최대 0.15%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최근 주가가 상당 폭 하락한 데 더해 집값 역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며 향후 소비가 더 제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집값보다는 주가가 민간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이 소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6일(현지시간)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3%로 낮췄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두워진 세계 경제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IMF가 전망한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은 2.1%로 석달 전보다 0.8%포인트(p) 낮췄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중국의 성장 둔화, 전쟁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으리라고 본 것이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3.6%에서 2.9%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의 영향이 본격화하면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전면 중단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2.0%까지 하락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올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2024년 말이 되어서야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고물가 지속, 물가 대응 과정에서의 부정적 파급 효과, 전쟁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정책 우선순위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둬야 하지만, 국가별 물가 상승의 원인과 상황에 따라 통화·재정·구조개혁의 적절한 조합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이고 과감한 긴축 통화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