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아직"...연준 2연속 '자이언트스텝'
한미 정책금리 역전…2020년 2월 이후 처음
'强달러' 장기화에 외국인 자금 '썰물' 우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40년여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 금리가 역전됐고,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승,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달에도 0.75%포인트 금리를 올리며 '자이언트스텝'의 첫발을 뗀 바 있다. 당시에도 연준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었는데 이번 달에도 0.75% 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전례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다음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다음 FOMC 회의는 오는 9월에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선 "경제가 현재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며 당장 한국 금융 시장에도 일부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유출이 심했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월부터 2009년 3월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2015~2016년이다. 이 당시 자본은 각각 249억달러, 234억달러 빠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에선 과거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던 때를 근거로 자본 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3.3%로 1.1%포인트 가량 대폭 하향 조정할 만큼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 과거보다는 내외금리 역전에 따른 민감도가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전례를 보면 금리 역전 시기마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1기 168억7000만달러, 2기 304억5000만달러, 3기 403억4000만달러)됐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예상했기 때문에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금리 역전이 2년씩 지속된다면 자본이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