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월에도 고강도 긴축 예고...금리역전 장기화 우려
꺾이지 않는 물가에 한은 '딜레마'...치솟는 환율도 변수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다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세 차례 있었다. 정부는 금리 역전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상승세가 변수다.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사례는 세 차례 있었다. 최근 거론되는 우려와 달리 당시에는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모두 순유입됐다. 하지만, 주식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역전 시기인 2005년엔 263억 달러, 세 번째 역전 시기인 2018년 83억 달러 가량 빠져나갔다.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오는 9월에도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9월 (FOMC)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은 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향후 물가 및 고용 지표에 따라 금리인상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발언은 한·미간 금리역전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한국은행도 적극적인 긴축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 단행했는데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 한다.
실제 한은이 최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승 폭도 지난달(3.9%)에서 0.8%포인트 오르면서 가장 가파른 속도를 보였다. 기대인플레이션 외에도 모든 물가 지표가 높게 형성돼 있다. 6월 생산자물가는 1년 사이 9.9% 오르며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6%로,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지난 6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까지 유례없이 상승한 데서 주로 기인했다”며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오는 8월 25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6%를 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는 상황에서는 경기와 관련 없이 물가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 등이 다각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제어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도 당분간 물가가 계속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하반기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물가가 오르면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넓힐 수밖에 없고, 한은도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물가통제가 경기침체보다 선순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도 한은이 또 한 번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가면 한은이 빅스텝을 한 번 더 밟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