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평균 금리 13.14%…2011년 이후 ‘최저’
최고금리 인하 여파에 ‘우량 차주’ 중심 영업 강화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법정 최고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한 가운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한 영향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13.14%로 작년 말(13.74%) 대비 0.59%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한은이 저축은행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금리를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22.79%에 달했지만, 2013년 18.74%로 내려가더니, 2014년 17.33%, 2015년 들어선 16%대로 하락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4%대를 유지하다가, 작년부터 13%대로 주저앉았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낮아진 배경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가 지배적이다. 2011년 39.0%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는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총 4차례 인하돼 현재 연 20%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 따르면 지난 4월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비율이 32.3%로 나타났다. 29%였던 지난해 4월보다 3%p 더 증가했다.
저축은행에서 중·저금리 대출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작 저신용자들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저금리에 속하는 14% 이하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은 전체 44.9%를 차지했다. 10% 이하의 한 자릿수 금리 대출도 11.7%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신용점수가 900점 이상으로 매우 높거나 800점에서 600점대 중·저신용자들이다. 자산 규모 1위 SBI저축은행이 판매하는 ‘SBI중금리’ 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700점에서 800점대 차주 비중이 65.35%를 차지한 반면, 600점 미만 차주 비중은 0.29%로 900점 이상(2.96%) 차주보다도 적었다. 웰컴저축은행에서 운영하는 ‘웰컴중금리대출’도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 비중이 1.89%를 차지해 600점 미만(0.23%)을 크게 앞섰다. 이밖에 애큐온저축은행과 HB저축은행, KB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등 대부분 저축은행이 운영하는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에서 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예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저신용자의 경우,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서 밀리면 대부업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업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14조642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증가했다. 전체 잔액 가운데 담보대출이 741억원 늘며 잔액 가운데 52.0%(7조6131억원)를 차지해 신용대출 비중(48.0%)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게 나가는 대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역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탓이다.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호저축은행의 대출 태도 지수는 마이너스(-)39로 나타났다.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한은 측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DSR 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이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