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용대출 금리가 연 6%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만큼 조만간 신용대출 금리 7%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솟는 이자에 차주들의 빚 상환 부담만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1일 금융감독원이 '금리 상승이 가계 대출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연 3.96%인 금융권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가 될 경우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70% 이상을 써야 하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은 DSR이 70%가 넘으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간주한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제외해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되는 더 취약한 대출자인 DSR 90% 초과자는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30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부채는 254조원에서 336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190만명 가운데 120만명은 소득의 90% 이상을 순전히 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소득이 없다면 지금 벌이로는 대출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될 거란 얘기다. 이들의 부채 총액 역시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122조9000억원이나 불어나게 된다. 부실 대출 급증으로 금융권도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6.00%로 한 달 만에 0.22%포인트 올랐다. 2013년 8월(6.13%) 이후 8년 10개월만의 연 6%대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04%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5.16%) 전달보다 0.47%포인트 상승하며 처음 연 5%대를 돌파했다. 이후 7개월동안 서서히 올라 8개월만에 연 6%대에 도달한 것이다.
문제는 신용대출 금리 '7%'도 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연 4.100~6.218%, 신용 대출 금리는 4.308~6.230%에 달한다. 금리 상단이 6%를 돌파했는데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2금융권 이용자와 자영업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90% 초과 차주 비중은 2금융권에서 14만명, 자영업자 중에선 6만1000명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중 채무자 가운데서는 12만4000명이나 급증해 45만명을 넘게 된다.
빚투에 나섰던 청년층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대출 금리가 상승한데다 주식·가상화폐·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날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 다중채무자와 이들의 1인당 채무액 규모가 급증하면서 잠재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다중채무자는 451만명, 채무액 규모는 598조8000억원 수준으로 2017년 말(416만6000명·490조6000억원)보다 각각 34만4000명(8.3%), 108조8000억원(22.1%) 증가했다. 특히 이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32.9%, 39조2000억원 증가해 158조1000억원의 다중채무를 지고 있었다.
다중채무자 1인당 금융권 채무액은 2017년말 1억1800만원에서 4월말 1억3300만원으로 12.8%(1500만원) 늘어났다. 청년층은 1억1400만원으로 29.4% 증가했으며,중년층도 1억4300만원으로 10.4% 불었다.
금리 수준이 높은 제2금융권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권에서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는 10.6% 증가한 50만3000명, 채무액은 71.1% 늘어난 11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다중채무는 상환부담을 높여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감내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며 "부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채무자는 과도하게 자산시장에 투자한 채무자금을 조정하고,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취약 계층이 받을 금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2금융권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달 예대금리(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체계를 개편했다. 이달부터는 금융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실적도 공시한다.
9월에는 변동금리 주택 대출을 4%대 고정 금리 주택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제도가 시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상환 능력을 잃게 될 대출자들이 늘어나면 개인 파산 등이 증가하고 급격한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 둔화의 요인이 된다”면서 “이자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연착륙을 위한 조치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