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해외주식에 투자한 국내 서학개미들이 팔자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3년 만에 미국주식 순매도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다 반짝 반등을 틈타 탈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도 액수는 368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2019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국내 투자자는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매월 많게는 30억 달러 미국 주식을 사들이며 순매수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6월 4억758만 달러를 순매수하면서 한풀 꺾인 투자심리를 내비치다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7월 미국 증시 반등하면서 고환율과 차익실현 심리가 매도세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6월까지 하락장을 견디다 반등에 탈출 러시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12.34% 올랐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반등 폭이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9.11%, 6.73% 상승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테슬라·애플·쿠팡을 비롯해 시가총액이 적고 특정 테마로 주가가 급격히 올랐던 업체들이 포함됐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7월 미국 주식이 반짝 반등한 것으로 보고 향후 주가 하락을 전망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학개미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PROSHARES ULTRAPRO SHORT QQQ·SQQQ) 상장지수펀드(ETF)’를 4333만1000달러(2일 장중 환율 기준, 약 567억원) 순매수했다. 종목은 나스닥100지수가 내려가면 하락률의 3배 수익을 내는 구조의 상품이다.
이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떨어지면 3배 수익을 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에도 4051만9000달러(약 530억원)를 순매수했다.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상승해 ‘공포 지수’로도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미국 VIX지수의 1.5배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PROSHARES ULTRA VIX SHORT TERM FUTURES·UVXY)’는 한화로 약 350억원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