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 증대 요청, 제약사 무리한 생산 확대로 품질 관리 부재 촉발
[매일일보 이용 기자] 보건당국이 시판 중인 일부 의약품을 대상으로 무더기 회수 조치 처분을 내리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감기약까지 회수 의약품에 포함되자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비의도적 불순물 검출과 미흡한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를 이유로 해열·진통제, 기침·가래약, 완장제 등 수십 개 일반의약품에 대한 회수 조치 처분을 내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인기가 급증한 일반 상비약 5종에 대해 회수 처분을 내린 상태다.
대상 품목은 기침·가래약인 건일제약 '아미듀오시럽', 보령바이오파마 '뮤코에이시럽', 유유제약 '유라민시럽', 하나제약 '세코라시럽', 한국휴텍스제약 '뮤코코푸시럽' 등이다.
모두 대원제약이 각 기업에게 주문받아 위탁생산하는 의약품으로, 당국은 시판 후 안정성 시험에서 함량 부적합으로 확인해 회수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식약처는 지난 6월 경방신약의 해열진통제 ‘경방갈근탕액’과 한솔신약의 완장제 ‘배낙스정’ 등 두 기업이 제조한 총 48개의 일반의약품에 대해 무더기로 잠정 제조·판매 중지, 회수 조치 처분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내부고발·식약처 자체 기획으로 해당 2개 제조업체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제조방법 임의 변경 △변경신고를 하지 않고 첨가제 등 변경 △제조기록서 거짓 작성 등 약사법 위반사항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정부의 감기약 생산 증대 요청과 일부 제약사의 무리한 생산 확대가 맞물려 품질 관리 부재를 부추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2~3월 감기약 수요 폭증을 예상하지 못해 품절 대란이 벌어졌던 경방신약의 한방 감기약과 대원제약의 위탁생산 감기약 모두 품질 미달 적발 사례는 없었다. 한차례 품절 사태로 감기약을 무리하게 생산하는 과정에서 관리가 소홀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대원제약의 위탁생산 의약품이 대량으로 시판되는 과정에서 주요 성분인 아세틸시스타인이 산소와 만나 결합해 함량이 줄어들어 함량 미달로 평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제약사 관계자는 “본래 의약품은 제조 시설 규제가 매우 까다롭고 소량 생산되는 만큼,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나오기 힘들다. 생산량을 기존 직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린 탓에 유통 과정 중 관리가 소홀해져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