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8만명 중 45만명에 그쳐…연봉 8000만원 이상 가입 비중 ‘50%’
연금 도입 않은 사업장도 많아…잦은 이직 등 열악한 근로환경도 ‘한몫’
보험연구원, “퇴직금제도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도 일원화 해야”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연소득 5000만원 미만 소득자의 ‘개인연금’ 가입률이 고작 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가입률은 50.1%에 달했다. 특히 연금 가입률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고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사적연금시장을 활성화하고 가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장수하는 고령사회, 준비와 협력: 사적연금 정책방향’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 미만’ 소득자 전체 1468만3000명 중 개인연금 가입자는 ‘3.1%(45만5495명)’로 조사됐다. 반면 연봉 8000만원 이상 소득자 183만1000명 중 개인연금 가입자는 50.1%(91만7331명)에 달했다. 5000~8000만원 구간에서도 가입률이 27.3%를 기록해 소득계층별로 노후대비 양극화가 심화했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저조했다. 구체적인 소득구간별로 살펴보면 연봉 3000~5000만원 소득자 453만4000명의 가입률은 7.9%(35만8186명)로 한자릿수에 그쳤고, 연봉 2000~3000만원과 2000만원 구간에서 가입률은 각각 2.1%, 0.1%로 저조했다.
사적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배경은 제도적인 한계와 열악한 근로환경 영향이 크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퇴직급여제도’나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를 도입하지 않은 경우,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 5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일수록 퇴직금 적용 사업장이 많고, 퇴직급여를 회사 외부의 기금으로 적립할 필요도 없어 운영경비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사업장 도산 시 퇴직급여를 주지 못할 우려도 있다.
근로자의 이직이 잦고 IRP 계좌로 이관된 퇴직연금 대부분이 해지되는 경향이 잦다는 점도 사적연금 시장 외면을 키운다. 이직 시 IRP 계좌로 이관한 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어 이관성이 취약하며, 이로 인해 IRP 계좌로 퇴직급여를 이관 후 해지하는 인원과 금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해지 인원은 84만명이고, 총해지 금액만 11조원에 달했다. 1인당 기준 이관과 해지금액은 각각 1767만원, 1311만원이었다.
현행 퇴직연금의 구조는 안전자산 선호로 수익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자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원리금보장형 운용비중은 감소추세이나 2020년 퇴직연금 적립금액의 89.3%(대기성 자금 포함)는 원리금 방식으로 운용돼 적립금의 10.7%(27조4000억원)만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수익률은 지난 2016~2018년 3년 평균 1.49%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 3.68%보다 낮다.
연구원 측은 사적연금 가입확대·유지율 제고, 퇴직연금 일원화를 통해 사적연금의 사각지대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금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신규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의무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성호·김세중·정원석 연구위원은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퇴직금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도로 일원화하고, 수급권 보호 및 사적연금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자동연금수급을 원칙으로 하고 연금화 유도를 위한 연금세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