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에도 미분양 속출…당첨후 미계약도 늘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율 26.6%…2008년 이후 최저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경기침체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아파트 경매시장과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낙찰률은 글로벌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서울 수도권 분양시장에도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공공·민간 사전청약 아파트 제외)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14.0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8.2대 1보다 크게 낮아졌다.최저 당첨가점(만점 84점)은 24.1점으로 지난해 동기 30.8점보다 6.7점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9.4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4.7대 1 경쟁률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 청약 경쟁률은 평균 30.0대 1에서 13.1대 1로 낮아졌다.
미분양도 쌓이고 있다. 올해 6월 말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한달 사이 25.1%(893가구) 늘었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전국적으로 7130가구로 전월보다 4.4% 증가했다. 특히 서울은 준공 후 미분양이 5월 37가구에서 6월 215가구로 481% 급증했다.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는데 계약을 포기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 결과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분양한 ‘창동 다우아트리체’는 지난달 진행한 첫 번째 무순위 청약에서 63가구 중 6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 5월 최초 청약 접수 때도 1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 89가구 중 63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강북구 수유동의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15% 할인 분양 중이다. 후분양 아파트로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하고도 미분양을 해결하지 못하자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는 지난 5월 총 74가구에 대한 최초 청약을 진행했지만 모든 가구가 계약에 실패했다. 경기 양주시 ‘힐스테이트 양주옥정 파티오프레’는 지난 5월 청약 접수를 했지만 전체 809가구 모집 가운데 81%(661가구)가 미분양 됐다.
지방에선 대구와 울산의 분양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2분기 대구와 울산의 초기분양률은 각각 18.0%, 35.4%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미분양주택이 6718가구로 전국 미분양 주택 2만7910가구 중 24.7%에 달했다.
경매시장에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율(경매 물건 대비 낙찰 물건 수)은 26.6%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2월 22.5% 이후 가장 낮았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의 경우 96.6%보다 13.4%p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p 오를 경우 전국 주택가격이 1차 연도 말에 0.25∼0.35%, 2차 연도 말에 0.65∼1.40%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금리인상으로 집값 하락추세가 지속된다면 아파트 경매시장과 분양시장 침체도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