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위축·빅테크 위협에 '선구매 후결제' 시장 속속 진출
'미래고객 확보' 사활...정부엔 '동일 규제해달라' 요구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빅테크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선구매 후결제(BNPL)'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생존 위기에 선 카드업계가 지급결제시장 다각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빅테크들이 신용카드업 진출까지 노리는 등 사업영역 침범이 본격화 되면서 기존 카드사들도 '맞불'을 놓고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BNPL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떠올랐고, 소액 신용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MZ세대와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미래 고객 확보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5일 국내 카드사들 중 처음으로 BNPL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신사가 운영중인 한정판 마켓인 ‘솔드아웃’의 만 19세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하며, 본인인증과 출금계좌 정보 입력, 금융 이용을 위한 추가 정보를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분할결제한 금액은 구매 시점에서 3분의 1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후 2개월 간 나워서 결제하면 되는데, 카드없이 분할결제는 10만~50만원 이하의 단일 상품 결제 건에 적용된다.
KB국민카드도 다날과 업무 제휴를 맺고 올해 3분기 내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의 ‘하프하프’ 팀은 이번 제휴 계약을 통해 KB국민카드의 신용평가 및 채권관리 노하우와 다날의 통합 결제 관련 디지털 인프라를 융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MZ세대에게 새로운 BNPL 결제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카드의 경우 대안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제공하는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대안신용평가모형은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이력이 없는 씬파일러들의 휴대전화 이용패턴과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카드사들이 BNPL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BNPL은 상품을 먼저 구매한 후 그 비용을 나중으로 미루는 이른바 ‘외상 거래’다. 신용카드 할부 결제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가입 절차가 간소하고, 연회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금융이력이 부족한 MZ세대나 사회초년생, 자영업자, 씬파일러들에게 인기다.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행보로도 풀이된다. 실제 빅테크업계가 결제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카드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급결제 시장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해 지난 2021년엔 221조원에 달했다. 국내 민간결제 1000조원의 20%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 가운데서도 빅테크의 공세가 무섭게 지속됐다. 간편결제 서비스중 빅테크 기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49.7%를 기록, 카드사 등 금융회사(27.6%)를 압도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에, 토스는 올해 3월경 각각 BNPL 서비스를 내놓으며 업계의 이목을 받은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이용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할 때 부족분을 후불결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토스는 토스페이에 월 결제한도는 최대 30만원의 신용결제 서비스를 담아 일부 사용자에게 제공 후 가맹점과 사용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업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결제를 넘어 온라인 결제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주부나 학생 등 금융 정보가 부족한 이들도 금융소비자가 되어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BNPL’이 온라인 결제에 특화됐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카드업계가 시장 지위를 지키려면 BPNL에 대한 빅테크와 카드사간 규율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일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후불결제업을 영위하는 빅테크에 대해 여전법 체계에서 규율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동일한 규율을 적용받되, ‘소액후불결제업’ 도입 등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다른 부분에 대한 규율은 완화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들도 하루빨리 BNPL에 대한 규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에 계속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동일 행위에 대해 동일 규제를 통해 빅테크와 카드사가 같은 기능에 대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