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당국의 규제 완화 예고에 금융권이 실탄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간 막혔던 금융권 투자제한 업종을 풀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가상자산, 편의점, 배달서비스 등 벌써부터 금융 산업을 넘어선 제휴처들이 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본총액은 매년 조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자본은 자본금, 신종자본증권,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합산한 값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3월 말 별도 기준 자본이 27조5883억원에 달했다. 전년 말(26조4054억원) 대비 1조1829억원, 2020년 말(25조571억원) 대비 2조5312억원 증가한 규모다. 신한지주의 자본 외형이 커진 이유는 신종자본증권과 이익잉여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신종자본증권과 이익잉여금은 전년 말 대비 각각 6000억원씩 불었다.
KB금융지주의 자본 역시 신한지주와 비슷한 수준의 외형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별도 기준으로는 23조85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22조5130억원)보다 1조3464억원, 2020년 말(209856억원) 대비 2조8738억원 늘어난 액수다. KB금융의 3월 말 신종자본증권과 이익잉여금은 전년 말에 비해 각각 6000억원씩 증가했다.
최근에도 금융권의 자본 확충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공격적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바젤3 규제 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발행 형식은 채권이지만 회계 장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자본비율 개선 등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1일 KB금융은 상각형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모집금액은 3350억원이지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수도 있다. KB금융은 지난 5월에도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조달한 바 있다. 신한지주도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4억달러 규모 달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했으나 시장 수요를 감안해 연내 원화 발행으로 가닥 잡은 모습이다. 업계는 신한지주가 발행할 신종자본증권 규모를 4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본 확충은 뒤숭숭한 시장 상황 탓에 조달 금리 부담 등이 있는 상황이다. 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 금리, 수신 금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금융지주는 이러한 제반사정을 감수하고도 자본 확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사업 확대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실제로 금융권의 신사업은 규제 해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전개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금융혁신 세부 우선 과제에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포함했다.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 신기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범위, 자회사 투자 범위 개선 등이 검토된다. 금융권에서 요구했던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금융사별로 대략 2000~3000억원 수준의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 금산분리가 허용되면 지분법수익이나 순익 개선은 물론, 주주로서 신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통신3사, 배달업체, 가상자산업체 등 합작투자 방법도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자본 역량은 리스크를 감당할 체력이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들에게 고금리 쇼크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오는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이 경우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대출이 한꺼번에 부실채권에 편입될 수 있다. 자본력이 탄탄하면 일시적으로 부실이 커지더라도 BIS비율을 당국 권고수준으로 지켜낼 수 있다. 신용도 하락 등 사업 전방위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