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마저 줄줄이 어닝쇼크가 현실화되면서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위험(리스크) 관리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모두 역성장했다. 증권사들은 그간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업황마저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증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도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증권주 주가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541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0.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196억8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5.8% 감소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 들어 시장상황이 침체되면서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12.8% 줄어든 17조4000억원까지 하락했다"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지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지정학적 이슈로 채권금리 상승 등 국내외 운용 환경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결기준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304억72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3.51% 감소했다.
KB증권도 연결기준 2분기 당기순이익이 677억원으로 전분기(1143억원)대비 40.76%이 감소했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45.3%), 하나증권(-85.91%) 등도 두 자릿수로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사 실적이 이처럼 쪼그라든 원인은 급감한 거래대금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44조원이었던 코스피 일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20조원으로 줄었고, 2분기엔 그 절반인 10조원대로 감소했다. 하락장에 지친 투자자 이탈이 거세지면서다.
증시 하락세와 국내외 금리 인상기에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 우선 IPO 수수료 수익도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까지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기업공개(IPO) 시장은 투자심리 악화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229억원) 71% 줄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24% 각각 줄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황에도 먹구름이 꼈다. 지난 2년 동안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이 부흥기에 부동산 PF는 중형사들의 알짜 수익원이었다. 부동산 PF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 증권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엔 금리 인상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매크로트레이딩본부, 투자금융본부, 종합금융본부 등 3개 운용본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합했다. 그동안 자금 성격에 따라 각각의 본부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던 조직을 통합했다. 내년부터 3개 본부의 운용을 기획하는 투자전략 파트를 신설해 투자 전략과 인하우스 리서치, 유동성 관리, 백 오피스 업무 등을 수직 계열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도 하반기 인사를 통해 고액 자산가 공략을 위한 프리미어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부유층 대상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자산관리영업본부, 재경영업본부, 영남영업본부, 호남충청영업본부를 자산관리 1~4본부로 재편하고, IPS(Investment Product&Service) 내 자산관리서비스본부를 신설하는 등 WM 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전문 세무전담 조직을 꾸렸다.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WM사업부에 택스(TAX)센터를 신설했다. 세무사 등 세무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맞춤형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왔지만, 앞으로 업황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증권업의 주가도 충분히 낮아져 있다”며 “증시 여건 개선과 함께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볼 만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