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 메시지로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내걸었지만 같은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료(料)를 봉납했고 일본 정부 관료들은 직접 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정부는 곧바로 "깊은 실망과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용산구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교토통신, NHK 등 외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료(料)를 봉납했다. '자민당 총재' 명의로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가 사비로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 담당상과 아키바 겐야 부흥상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방문해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현직 각료의 참배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이뤄지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로 해석돼 종종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다.
외교부는 곧바로 논평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 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3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서도 전날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현재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1956년 한일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태도에서 변함이 없는 데다 최근 방위비를 현재 국내총생산의 1%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리는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채택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특별한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