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착시효과'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대출 원리금 만기 연장 또는 상환을 유예해준 ‘코로나 금융지원’이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이 이미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부실 리스크가 곧 시중은행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은 ‘6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 6월말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4%p 떨어진 0.20%로 2007년 기록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주도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책을 펼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이연됐을 뿐이란 의미다.
실제 다음달부터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의 정책을 펼치며 아직 부실화되지 않았다고 분류한 대출채권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들이 양호한 건전성 지표를 보여주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달라고 압박하는 배경도 금리 상승기 부실화하는 대출채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이미 부실 리스크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당장 은행과 가장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이는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 취약차주들에게 내어준 대출 비중이 높다. 여기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미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의 비율도 높다. 그만큼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대출이 많다는 얘기다.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올라 취약한 대출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저축은행, 카드·캐피털사 등 2금융권 대출의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털사의 가계 대출 중 취약 대출의 비율은 각각 79%, 65%였다. 1금융권인 은행은 이 비율이 17%로 훨씬 낮았다.
올해 들어 시장 금리가 상승하자 저축은행 연체가 유독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3.6%, 4분기 3.7%에서 지난 1분기 4.1%로 크게 상승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4%를 넘어선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