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어 지방은행도 커스터디 사업 진출
지분투자 ‘물꼬’…규제 해소 감안한 선제적 행보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은행권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면서 은행들이 ‘자산 금고지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시대적 변화를 감지한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이 빨라지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구은행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업체 인피닛블록에 전략적 투자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해당분야에 진출했다. 인피닛블록은 디지털자산을 편리하게 운영·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인피닛블록의 지분 14.9%를 확보했다. 은행법 상 1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어 최대한 긁어모은 지분이다.
대구은행에 앞서 국내 시중은행은 수탁 사업체에 발을 들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블록체인 전문기업 해치랩스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KODA는 디지털자산분야 협업을 통해 가상자산 금융모델 개발 착수했다.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 솔루션 연구개발을 위해 KDAC에 5억원을 투자했다. KDAC은 코빗, 블로코, 페어스퀘어랩의 합작회사다.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 합작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회사 디커스터디(DiCustody)를 설립했다. DiCustody는 기업의 전문자산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CBDC 시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 기업 카르도에 지분투자했다. 농협은행은 갤럭시아머니,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와 디지털 자산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전략적 투자 또는 업무 제휴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입장과 불명확한 규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커스터디 사업은 시장선점과 입지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익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떠오르는 사업으로 낙점해서다. 최근 암호화폐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대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도 연구해야할 분야다.
커스터디 사업이 전통적 수탁업자인 시중은행에게 아예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는 작년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들의 커스터디 서비스가 사실상 종료됐다. 빗썸 코리아의 자회사 볼트러스트가 지난해 5월 커스터디 서비스를 종료한 게 단적인 사례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 판도는 은행권에 다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은행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막는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2019년 규제를 풀었다. 이듬해 40곳 이상의 독일 은행들이 금융감독청(BaFin)에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 싱가포르, 스위스, 네덜란드 역시 대형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미국도 지난해 7월 은행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공식 허용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국회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해결되야할 것은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다. 금융자산에 해당된다면 은행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도 직접적인 수탁 사업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아직 명확히 결론을 내린 것은 없고 지속해서 더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선 정의가 안 돼 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