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금리인상에 증권사들이 채권 운용에서 대거 손실을 낸데 반해 ‘빚투’ 이자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증가해 눈길을 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2조6866억원으로 전년동기(4조6656억원) 대비 42.4% 감소했다. 특히 시장 금리 급등으로 인한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이 실적감소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채권운용에서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알려진다. 지난해 상반기 1700억원 수준이던 운용부문 전체 수익은 올해 적자전환하며 마이너스 87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3486억원, 418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3%, 40.5% 줄었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68.2% 급감한 740억원에 그쳤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운용손익 및 관련이자수지는 1470억원으로 전년보다 77.4% 급감했으며 상품운용에서는 739억원의 손실을 냈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1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8% 감소했고 순이익은 이 기간 58% 줄어든 2219억원을 기록했다.
또 하나증권(-1244억원)과 KB증권(-1113억원)도 올해 2분기 상품운용 손실을 나타냈으며 키움증권(-629억원), 대신증권(-311억원), 삼성증권(-188억원)도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가 오른데 따른 영향이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17일 3.745%까지 치솟아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28개 증권사가 개인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전년동기 보다 1.1%(95억) 증가한 8619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1381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키움증권(1224억원), 미래에셋증권(1157억원), NH투자증권(1049억원)이 뒤를 이었다. 리테일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경우 작년 동기보다 이자수익이 33.8%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증권사들은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속속 올리면서 최고 이자율이 10%를 넘는 곳도 나왔다. 이달 유안타증권은 151∼180일 기간 신용융자거래에 대해 10.3%의 금리를 적용했고 삼성증권은 이달 최대 9.8%, 신한금융투자는 9.5%로 올렸다.
이외에 부국증권(9.9%),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 키움증권(9.5%), SK증권(9.5%) 등 대부분 증권사도 최대 9%대의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신용거래융자 이자 인상 기조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 이자가 오르며 증권사들의 이자수익도 증가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서비스 제반 비용 등으로 현재 다수의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였고 타 증권사들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