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원 역할 강화해야"...박용진 "개딸 정당될까 두려워"
'이재명 지도부' 출범 후에도 파장 계속 전망...전문가 "사당화 가중"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닷새 앞둔 가운데 '이재명 방탄용' 비판이 불거진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권리당원 전원투표' 논란으로 당내가 시끄러운 모양새다.
23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19일 당무위원회가 통과시킨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 대의기관은 전국대의원회의'라고 명시돼 있는 당헌 제3장(대의기관)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우선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 논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항에 대해 '권리당원 과대 대표성'이라는 반박이 빗발치면서다. 일각에서는 당헌 80조 개정에 이은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위한 두번째 방탄 수단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당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전날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 당원 및 지지자 만남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 신설과 관련해 "당원들의 생각과 당 지도부의 생각이 같을 때도 많지만 너무 다를 때가 많다. 그럴 때 논란들이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이 진정한 당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당원의 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원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100만 명 정도인 권리당원의 규모를 200만 명까지 늘리고, 각 지역위원회에서 별도의 당원 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도록 지원하고 권장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맞상대인 박용진 후보는 이에 대해 "개딸(개혁의 딸) 정당이 될까봐 무섭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쪽(친이재명)이 독식한 지도부가 여기에 결합되면 강성 목소리와 편협한 주장 때문에 당이 민심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며 "'개딸 정당'이 될까봐 무섭다"고 했다. 이어 "여기(신설 조항)는 30%만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산술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는 2년에 한 번 정도 열린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 투표가 가능해지니까 수시로 주요 사안에 대해 표결하거나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게 되면 토론도 없이 찬반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나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 신설로 당내 논란이 격화되자 당 지도부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당헌 개정으로 강성 당원들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 최근 당이 결정한 내용을 보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한 분들이 원하는대로 된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분들 의견을 고려하면서 전체적인 국민과 당 여론을 청취하고 결정한다. 그런 말씀은 현실과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청원게시글을 보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분들의 수가 5~7만 정도고 민주당원은 120만 정도"라며 "5~7만 숫자로 당의 모든 것을 결정하긴 어렵다. 100만 당원이 있는데 4~5만명이 주도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당화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원보다 권리당원에 비율이 많은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은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 후에도 이 후보의 의견이 당에 많이 투영되면서 사당화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이재명 지도부' 출범 후에도 당분간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이재명 방탄' 논란이 불거진 '당헌 80조' 개정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 시'에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 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냈으나, 비대위가 이를 저지하면서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권리당원의 권한이 강화될 경우, 향후 이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내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당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