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진정 어려워"…24년만에 5% 이상 예상
최악의 인플레 vs 경기침체 우려....'베이비스텝' 유력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5%대로 크게 올려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미국의 기준금리(정책금리)가 이미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면 물가·환율 등에 불리한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한은이 무리하게 두 달 연속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에, 인상 외 다른 선택의 여지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격차를 좁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여, 한은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빅스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비슷한 근거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와 고용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며, 실물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향후 물가·경기 전망, 금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안한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빅 스텝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빅스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 내놓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주목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5.3%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물가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고,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정도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2.7%에서 2%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한은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2.7%)는 너무 높은 것 같다"며 "우리(LG경영연구원)는 2%대 초반 정도로 보는데, 예상보다 좋으면 2%대 중반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