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KDB산업은행의 인력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70명이 넘는 직원이 퇴사했다. 산은은 국책은행으로 다른 직장에 비해 안정된 고용과 높은 연봉 덕분에 신의 직장이라 불려왔다. 갑작스럽게 퇴사자가 많아진 이유는 산은의 부산 이전 이슈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본점을 옮길 경우 인력 이탈이 심해지고 산은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업은행을 떠난 직원은 임금피크제, 정년퇴직 직원을 포함해 총 76명으로 집계됐다. 일반직 직원 23명, 전문직 직원 11명, 임금피크제 직원 42명 등이다.
반년 동안 퇴사자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퇴직자 수(89명)에 육박했다. 임금피크제 직원을 제외한 연도별 퇴직자 수는 2017년 36명, 2018년 42명, 2019년 48명, 2020년 56명, 2021년 51명이다. 올해 하반기 퇴직자가 상반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퇴직자는 총 68명에 이른다. 예년보다 이탈이 많은 수준이다.
산은 안팎에서는 본점의 부산이전 추진이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을 내놓았다. 2028년까지 본점 이전을 완료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산은 임직원들은 이미 서울에 터잡았기 때문에 부산 이전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전문직 직원들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들이 서울의 안정된 근무 환경을 찾아 산을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산은 노조와 직원 500여명은 매일 아침 여의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반면 윤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 정부의 낙점으로 새로 부임한 강석훈 산은 회장은 본점 이전을 지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1항(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국토균형발전위원회,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의 허락이 있어야 본점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산은의 하반기 공채에 대해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은 내달 8일부터 신입행원(5급) 채용 서류접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