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 상반기 직원 수 전년比 4천명 줄어
공채 대신 IT인재 수시 채용 대세...점포수도 '뚝'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권이 올해 상반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고용에선 뒷걸음치고 있다. 정규직 감원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비정규직 불리기는 지속돼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고용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신규 채용문마저 굳게 닫혀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대부분 공채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24일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지만 은행권 반응은 무덤덤한 이유다.
최근에도 은행 직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희망퇴직은 이어지고 있으나 신규 채용이 점점 줄고 있어서다. 특히 신입 채용은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중은행 12곳(신한·국민·우리·하나·기업·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일·씨티)의 직원은 총 8만6679명이다. 지난해 상반기 9만600명보다 3921명 감소했으며 2년 전 9만2594명과 비교해서는 5915명 줄었다.
지난 2년간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씨티은행으로 1443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으며 이어 △하나은행 1162명 △우리은행 1065명 △국민은행 727명 △신한은행 62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 직원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과 무방하지 않다. 예·적금, 대출, 환전 등 모든 은행업무를 모바일(비대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영업점이 감소하고 희망퇴직도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채용(신입·경력)은 632명이다. 이중 신입공채는 450명으로 전부 농협은행이 뽑았고 나머지 은행은 신입을 채용하지 않았다.
신규 공채는 지난 2018년 3474명에서 2019년 2669명, 2020년 1449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이 기간 신입은 3122명에서 3분의 1 수준인 1077명으로 채용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대신 은행들은 공채 대신 디지털·IT인재 모시기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앱 서비스 기획·운영직 공고를 냈고 KB국민은행도 디지털·IT 업무직(데이터 엔지니어, AI 등)을 수시로 뽑을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블록체인·데이터 인력을 찾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으로 전환되면서 은행들도 비대면을 통해 영업·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며 "점점 늘어나는 비대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 공채보다는 디지털·IT인재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원 수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점포 수도 빠르게 줄어들며 구조조정 흐름이 감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상반기 기준 국내지점(영업점+출장소) 수는 2943곳(영업점 2569곳, 출장소 374곳)으로 전년 말 3079곳(영업점 2706곳, 출장소 373곳) 대비 136곳 줄었다.
해외지점도 꽤 줄었다. 특히 은행들이 역점사업지로 꼽았던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지점 통폐합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해외지점이 587곳(지점 8곳, 현지법인 6곳, 현지법인자지점 572곳, 사무소 1곳)에서 521곳(지점 9곳, 현지법인 6곳, 현지법인자지점 505곳, 사무소 1곳)으로 크게 줄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KB부코핀은행은 355곳에 달하던 현지법인자지점을 288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해외지점을 지난해 말 119곳에서 115곳으로 4곳을 정리했다. 대만에 지점 1곳을 늘린 반면, 캐나다와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현지법인자지점을 일부 정리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해외지점 27곳에서 13곳을 폐쇄하며 올 상반기 17곳을 기록했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26곳의 지점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 퇴직자가 늘어나는 은행원을 활용하려는 금융사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인재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현재 은행권을 중심으로 감원 움직임이 한창이지만 일부 필요 직군에 대한 긴급 수혈은 불가피하며 공채 대신 상시채용을 통한 디지털 인재 수혈 움직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