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계의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급등하는 인건비와 고금리 현상 등에 시름하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전환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앞선 현상으로 여유 자금이 부족한 만큼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전통제조업에게 디지털 전환은 아직 멀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 전환은 전산부터 공정 자동화 등 다방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새로운 인력 및 서비스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 비용 부담도 크다.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3일부터 15일까지 41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 조사’ 결과, 16.7%의 기업만이 전략적으로 디지털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5.5%의 중소기업은 디지털화 전략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액이 30억원 이상인 제조업(49.6점)이 10억원 미만(37.4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제조업이(50.8점)이 30억원 미만기업(38.6점) 보다 높았고, 비제조업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45.3점)이 30억원 미만 기업(37.4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자금 부족 현상은 대출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말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의 경우 587조379억원으로 지난 6월과 비교하면 5조2073억원,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33조5594억원이나 확대됐다. 기업대출 증가액(45조7865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약 73%를 차지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빚은 늘어날대로 늘어났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비용이 모자르다”며 “많은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도 전액 지원이 아닐 경우 망설이는 경영자가 존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은 초기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가져올 이익도 크다. 전산과 제조라인 등에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의 정밀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전환으로 남은 비용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어 기업 자체적인 성장도 가능해진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추세”라며 “다만 대외 여건이 종합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전환은 비용부담의 벽에 막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