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 "유럽 전기차 생산업체 차별 소지"
주미일본대사관 "모든 경로로 미국 정부에 우려 전달"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도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미국에 전방위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공조 전선이 형성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집행위원회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통화하고, 차기 미국·EU 무역기술협의회(TTC) 안건 등을 협의했다. 양측은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 범위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규정, EU·일본·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수출한 전기차를 배제했다. 현대의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현대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EU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보조금 정책은 차별적 방법"이라며 "WTO와 양립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통화에서 보조금 조항이 유럽 전기차 생산업체를 차별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EU 제조업체에 대한 차별은 미국 자동차의 전기화 전환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을 줄어들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리엄 가르시아 페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보조금 정책이 해외 자동차 회사를 차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상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도 적극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주미일본대사관 대변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조금의) 영향을 세부적으로 계속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더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일미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되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나온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이번 조치가 WTO와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우리의 우려를 모든 가능한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전달해왔으며 EU를 포함한 다른 파트너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미국에 전방위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EU와 일본도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국제적 공조 전선이 형성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한국 정부는 최근 정부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고, 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도 입장을 전달하는 등 미국에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현대차가 미 조지아주에 지을 전기차 공장이 오는 2025년에 완공되는 점을 고려해 이때까지 해당 조항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완성차 최종조립국에 북미뿐 아니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5∼7일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타이 대표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의회 인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