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원료의약품 무기화 시 국내 의료 체계에 악영향
[매일일보 이용 기자] 미국과 중국이 제약바이오 산업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의약품 국산화에 나섰다. 국내 관련 기업 역시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의약품 부족 현상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제약바이오 산업 자립을 위해 해외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자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국가 생명과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주요 내용은 그간 인도·중국을 생산기지화했던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을 미국 내에서 우선 제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이 바이오산업 강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산업 자립을 위해 지난 5월 '제14차 5개년 생물(바이오) 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신약 개발), 백신, 첨단 진단·치료 기술과 장비(의료기기), 생물의약 재료, 정밀의학, 검사·테스트, 생물 건강 관리 등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서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지 않고 국영 기업의 불활성화백신 시노백을 자국민에게 접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수요가 높아진 한국산 보톡스 수입을 억제하는 규제를 내놓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도 미국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 하고 있다.
아직 해외 공장이 없는 삼바의 경우, 미주 지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지난해 448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28.6% 수준이다.
SK바사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핵심 사업은 코로나 백신 CMO 사업으로,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은 전체 사업 매출 중 58.34%를 차지한다.
또 지난해 국내 의약품 총 시장규모는 25조 393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6% 증가했지만, 성장의 주요 배경은 모더나, 아스트라제카 등 해외산 코로나19 백신 생산·수입실적 상승이다.
향후 미국 기업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이 우선되면 국내 시장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또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도 미국과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16년 27.6%, 2017년 35.4%, 2018년 26.4%, 2019년 16.2%, 2020년 36.5%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원료의약품 전체 수입액 20억 155만달러 중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은 34%다.
미국 백신 위탁생산과 중국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사실상 국내 의약품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높은 것이다.
다만 미국의 행정명령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해 미국제 의약품 생산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한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에 바이오 분과도 설치돼 있다“며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대해 잘 설명하고 협력하면 우리 산업에 큰 피해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사의 경우 노바백스와의 계약은 올해 12월까지며, 향후 CMO 사업을 축소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성공시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 도전할 방침이다.
중국 원료의약품 수입에 대해서는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는 각종 규제와 지원 미비로 산업 확대가 어려워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규제기관이 다양하고, 특정한 경우 동일 내용도 규제기관에 따라 별개로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국내 원료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