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명령 서명, 기술 유출 막고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
CFIUS 공급, 기술, 투자, 보안, 개인정보 등 5가지 요인 고려해 판단
[매일일보 김연지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을 중국 등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외국인투자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와 첨단 기술 유출을 막고, 자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 기업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및 핵심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감독하기로 했다. 관련한 행정 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핵심 공급망 △첨단 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보호 등의 5가지 요인을 고려해 투자 가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CFIUS는 1975년 포드 행정부 때 발족한 기관으로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및 투자 건을 심의한 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다.
특히 국제사회는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미 투자를 고려 중인 중국의 거대 자본이 미국 기업의 첨단 기술을 빼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행정서명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내용이다.
그간 미 행정부는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예외 국가로 지정해 일부 규정 적용을 면제해왔지만 한국은 예외 국가에 지정돼 있지 않다.
다만 미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논란을 의식해 중국을 특정 거래 대상 국가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거래에 CFIUS의 심사를 강화해 대미 투자를 고려 중인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및 거래 내용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 보게 됨으로써 투자 자체가 과거보다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사실 한국은 대미 투자 국가 중에서 4위 정도에 위치해 있다. CFIUS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심사한 핵심기술 거래 184건 가운데 독일(16건), 영국(16건), 일본(15건), 한국(13건)을 기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 행정부의 조치는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중국 정부과 기업이 노골적인 기술 탈취 및 점유율 확대 노력을 의식한 것"이라며 "바이오 산업까지 추가하면서 미국내 첨단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자국내 생산 확대를 기하기 위한 전방위 경제 장벽을 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미 행정부는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이어 생명공학(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 2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