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외국인투자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국가 안보와 첨단기술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 등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급망 및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투자에 열려 있고, 외국인 투자로 수백만명의 미국인 노동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며 "그러나 경쟁국 혹은 적국으로부터의 특정 투자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위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지해왔다"고 밝혔다.
CFIUS에 행정명령이 내려진 것은 1975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핵심 공급망 △첨단 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보호 등의 5가지 요인을 고려해 투자 가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백악관은 "미국 안보를 저해하려는 국가와 개인의 행태를 비롯한 국가 안보 환경이 진화함에 따라 CFIUS의 심사 절차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치 역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중국을 특정 거래 대상 국가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거래에 CFIUS의 심사를 강화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FIUS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심사한 핵심기술 거래 184건 가운데 독일(16건), 영국(16건), 일본(15건), 한국(13건)으로 한국은 대미 투자 국가 중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의 기존 국방생산법(DPA)과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에 이미 규정된 사항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며 "투자 심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대미 투자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첨단기술을 중국 등 경쟁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국외 투자를 통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글로벌 신흥기술 서밋' 연설에서 "민감한 기술의 국외(아웃바운드) 투자를 다룰 수 있는 접근방법 구상에 진전이 있다"며 "특히 수출통제로는 제어할 수 없으며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경쟁국의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투자가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