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 악기후‧병충해‧출하 면적 감소 등 원인
제조업체 가격 인상…외식업계, 밑반찬서 제외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가 식탁 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치의 핵심 재료인 배추, 무, 고추, 파 등의 수확량이 예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올해는 특히 기록적인 폭염‧폭우에 따른 출하 면적 감소와 병충해 피해가 겹치면서 작황이 부진했다. 김치 제조 및 유통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김치 시장 점유율 1, 2위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김치값을 상향 조정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채널별로 평균 11% 올렸고, 대상 ‘종가집’ 김치 상품들은 내달 1일부터 평균 9.8%씩 오른다. 또 다른 주요 김치 공급업체인 풀무원은 아직까진 가격 인상 대열에 들어서진 않았으나, 날로 치솟는 생산비 부담에 가격 동결을 고수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정보 9월호에 따르면, 이달 고랭지 배추 10kg 도매가격은 전년 보다 157.4% 비싸진다. 같은 기간 무 20kg 도매가도 72% 오른다. 김치 양념의 주재료 중 하나인 ‘고추’의 경우, 지난해 9월과 비교했을 때, 청양계풋고추의 이달 도매가격이 10㎏ 기준 4만8000원으로 89% 상승할 예정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통계치라, 잠재 상승치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장 가격은 더욱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가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기준 배추 1.5~2kg 한 포기 평균 가격은 8686원이다. 지난해 동월 (5913원)보다 46.9% 비싸진 수준이다.
김치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판매가격이 높아지자 가수요 움직임이 일면서, 각종 판매 채널에선 대용량 포기김치가 동이 나고 있다. 이날 기준 풀무원 자사몰 ‘#(샵)풀무원’과 대상의 ‘정원e샵’, 마켓컬리 등에서 판매 중인 포기김치 상품들은 품절 상태다.
외식업계도 김치대란에 시름하긴 마찬가지다. 김치는 ‘기본 제공 밑반찬’이란 인식이 강해, 무료‧무한리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쌈‧칼국수‧백반집 등 김치 수요가 높은 일부 가게에선 김치를 기본 밑반찬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거나, 별도 주문 비용을 받는 식으로 김치플레이션을 버텨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내달 중하순 출하하는 배추10kg 한 망에 만원씩 예약 판매 중이더라. 김장 전인 이맘때면 배추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작황이 특히 안 좋았다보니 예년보다 훨씬 큰 폭으로 비싸져 고민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수입 김치로 대체한다 해도 가격 부담은 여전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8월 1~20일 김치 수입량이 증가했음에도, 외국산 김치 수요 상승폭이 크게 뛰며 10kg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2.1% 올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올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 대란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배추 물량을 조기 출하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내달 가을철 배추·무의 본격 출하 등으로 공급여건이 본격 개선되는 시점까지 수급관리에 전방위적 노력을 다하겠다”며 “최근 가격이 높은 배추는 가을철 재배 정부물량을 완전 생육 전에 조기 출하하고, 수출 김치용 배추를 당초보다 빨리 수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