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정식으로 합병하는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가짜 주민투표'라고 반발했고,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맹비난을 쏟아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VOA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곳에서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들은 모두 러시아군이 점령하거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통제하고 있다. DPR(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 드니스 푸쉬린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DPR이 러시아 일부가 되는 것을 투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서 빨리 생각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가 몇 달간 경고한 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심지어 현재 장악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사기(sham)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명백히 반대한다. 주민투표가 조작될 것이란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공세에 대응하고 동원령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주민투표는 국제체제의 기반이자 유엔헌장의 핵심인 주권 및 영토보전의 원칙에 대한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민투표가 조작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러시아는 가짜 주민투표를 명분으로 현재 또는 미래에 이들 영토를 합병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행동을 분명히 거부하며 동맹과 파트너와 계속 협력해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에 역사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규탄하고, 전 세계가 함께 맞서자고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에 크게 반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불법적으로 점유하는 침략자"라며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해방할 권리가 있고 러시아가 무슨 말을 하든 계속해서 해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CNN에 "러시아 점령 지역의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군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반격과 해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정례 연설에서 자국민을 향해 "우리의 입장은 이런 소음이나 발표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단결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수호하며, 우리의 땅을 해방시키면서 그 어떤 약점도 보이지 말자"고 당부했다. 서방 지도자들도 주민투표 계획을 발표한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가 진행되는 경우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가짜 투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