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양곡법 두고 재충돌 전망…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건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정부·여당의 거센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농해수위 문턱을 넘은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까지 넘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찬성 10명, 나머지 위원들은 기권으로 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농해수위는 총 19명으로 그 중 민주당 의원 수는 11명(소병훈 위원장 포함)이다.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있다. 국민의힘은 7명이다.
회의 시작 전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일정) 합의도 없이 회의를 진행한다"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회의 개의가 4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겉으로는 농민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쌀산업을 망치는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민주당은 심지어 거짓말까지 동원하면서 일방적으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양곡관리법 관련 민주당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틀이면 국정감사가 끝난다. 그 뒤에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서 결정하자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날치기 진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서 지금 각 상임위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청회 토론회도 없이 이렇게 날치기로 밀어붙이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가 가진 공천권이 그렇게 두렵냐"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7명 의원이 발의해서 논의된 것이다. 당론으로 해서 급조된 법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당 대표를 연계시켜서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상임위에서 심도 깊게 토론하자고 제의를 했는데 여당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한 것 아니냐"라면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는 시간을 끌기 위한 술책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 후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결국 민주당이 이재명 하명법이자 쌀 포퓰리즘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며 "이는 명백한 의회 다수당의 횡포이자, 법안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까지 3번째 연속 날치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여당이 타작물 재배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쌀값 가격 실패와 턱 밑까지 다가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민주당의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쌀값이 이렇게 추락한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야당이 오늘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오히려 농업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법"이라며 "쌀 과잉 생산구조가 고착화되어 매년 큰 재정 부담을 안게 될 것이고, 쌀 민간시장 기능을 저해하며,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재원을 잠식할 뿐 아니라 타작물과 형평성 문제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번 쌀 45만톤 시장격리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포함한 타작물 재배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쌀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향해 "지금이라도 농업파탄법인 양곡관리법을 철회하고 철저히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농민들의 눈높이에서 대한민국의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하고 전체 회의로 넘겼다.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3%를 초과하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해수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단독 의결된 개정안은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사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만큼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까지 넘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