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불법대선자금 8억원 여러 경로로 넘어가"
이재명 "1원도 본 적 쓴 적 없어" 강력 반발
정치권, 사법부 판단 '정치인 이재명' 넘어 여야 어디든 정치기반 '흔들'
[매일일보 김정인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관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자칫 국회의원직과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은 위태롭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법원의 판단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귀결된다면 정치 탄압·보복의 희생양으로서 정치인 이재명은 다시 부활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의 쟁점은 이 대표와 검찰의 주장에 근거해 '0원이냐', '8억원이냐'로 요지가 압축된다.
검찰의 체포 및 압수영장에 따르면, 20대 대선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20억원을 요구했다.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수 회에 걸쳐 요구액의 일부인 현금 8억원을 김용이 받았고, 그는 당시 2021년 5월부터 10월까지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불법 대선 자금은 유동규로부터 김용으로, 또 최종적으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 검찰은 여기에 대장동 택지개발 배당 이익금도 남욱 변호사를 거쳐 대선 자금으로 갔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김용 부원장의 체포영장을 내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상당부분 혐의점이 있다고 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이)대선자금 운운하는 데 불법 자금은 1원 본 일도 없고 쓴 일도 없다"며 "정치가 아니라 이것은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감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야당 탄압에 또 초유의 압수수색에 소진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체포된 김용 부원장 역시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혐의 내용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 사법부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그야말로 현 정부와 검찰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고 사법부가 이 대표를 법정에 세우고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형량의 무게와 상관없이 정치인 이재명은 회생불가가 될 것"이라며 "반대로 1원도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정치 탄압·보복의 프레임에 정부·여당이 갇히고 이 대표는 한층 더 강력한 정치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탄압의 희생양으로 진보진영 지지층 집결은 물론이고 보수진영의 와해까지 점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민주당이 '남은 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라고 외치며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의'와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주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치적 사활을 건 정면승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