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실질금리가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 예‧적금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에는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98%를 기록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다. 실질금리를 구할 때 사용된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1월에만 해도 1.65%였다. 이후 2월 1.70%, 3월 1.74%, 4월 1.87%, 5월(2.02%), 6월 2.41%, 7월 2.93% 등으로 연신 올라 2%를 넘어 상승했다.
저축성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3%대 금리는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8월부터 계속됐다. 총 여덟 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올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은행에 예금을 맡기려는 가계가 늘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문제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말 대비 4.4%를 기록했다. 8월 저축성 수신금리(2.98%)에서 물가 상승률(4.4%)을 제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1.42%다. 은행 예‧적금에 새로 가입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의 이자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5%대 물가 상승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2년 연속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도 사상 처음이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작년(-1.42) 등 세 번 뿐이다.
20년만에 경제는 판이해졌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했다. 당시 실질금리는 물가 상승분을 제하고도 5∼6%대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리가 낮아지면서 실질금리도 함께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