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기업대출 1155조5000억원…전월 대비 9조4000억원 증가
4대 은행 기업대출 1년 새 11.6% 증가…회사채 시장 부진 영향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시중 은행의 기업대출이 1년 새 11.6% 증가했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부진하면서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기업대출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9조4000억원 늘어난 1155조5000억원으로 집계돼 9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기업대출 금액이 지난해 491조8176억원에서 올해 548조9819억원으로 1년 새 11.6%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03조6984억원으로 9월 말(100조4823억원) 대비 3조2161억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33조374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52조3582억원으로 14.2% 늘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6조5753억원에서 130조6820억원으로 12.1% 늘었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126조5191억원에서 10.5% 증가한 139조7536억원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도 115조3484억원에서 125조1881억원으로 9.4%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대기업대출이 17개월 연속 증가율이 오르면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기업 대출은 4조7000억원 늘어난 20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이후 늘어난 대기업대출 잔액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11.3%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1% 내외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한 94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조8000억원 늘어난 44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조이는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완화하면서 기업대출이 늘어났다. 또한 회사채 시장이 침체에 빠진 탓도 있다. 경기불황으로 채권 수요가 줄어들고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금리도 같이 오르면서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회사채 발행액은 5조3162억원으로 전월(5조3974억원)에 비해 1.5% 감소했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회사채와 다르게 은행채는 대규모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에 몰리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9월에만 25조88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월별 은행채 발행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10월 들어서도 16조 넘는 금액이 발행됐다.
전체 발행 채권에서 은행채가 40% 넘게 차지했다. 10.4%였던 올해 3월과 비교해 불과 6개월 만에 30%포인트(p) 이상 오른 것이다. 은행채가 채권 발행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자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더 줄고, 금리는 더 오르면서 발행이 유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