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은행채 대거 발행하며 시중자금 흡수
기업들, 회사채 시장 위축 따른 대출 수요 확대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규제 비율 충족, 기업대출 자금 조달 수요 등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고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시중 자금과 채권시장 자금을 사상 최대 규모로 흡수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모두 796조4514억원으로 9월 말(760조544억원)보다 35조9470억원이나 늘었다. 직월 말까지 열흘이나 남았지만, 이미 월 증가 폭(35조9470억원)이 지난달(30조683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불어난 5대 은행 정기예금만 141조5155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은행 정기예금에 시중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무엇보다 7·10월 두 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 금리에 반영되면서 금리가 5%를 넘는 상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시장 부진으로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진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1년 새 11.6% 증가했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부진하면서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기업대출 금액이 지난해 491조8176억원에서 올해 548조9819억원으로 1년 새 11.6% 증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03조6984억원으로 9월말(100조4823억원) 대비 3조2161억원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대기업대출이 17개월 연속 증가율이 오르면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기업 대출은 4조7000억원 늘어난 20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했다. 지난 6월 이후 늘어난 대기업대출 잔액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11.3%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1% 내외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한 94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조8000억원 늘어난 44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코로나19 금융지원과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상당폭 증가했고, 대기업은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의 대출 수요가 확대하면서 큰 폭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