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윤석열표 청년 주거사다리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주택 공급 방식으로 선택한 사전청약의 취지가 퇴색되는 가운데, 당초 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난 정책안이 발표됐다.
26일 국토교통부는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전청약을 통해 약 3000여 가구를 연내 분양한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본 분양보다 1~2년 먼저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통상 착공을 앞두고 입주자모집공고를 진행하는 것을 앞당겨 넘치는 수도권의 주택 수요를 달래기 위해 마련됐다.
정책 취지와는 달리 도입 당시 당첨자들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각종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급돼 선 분양보다 사업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었다. 최근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돼 입주시기가 수개월 밀리는 사업장들이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기축과 분양가의 가격 차이가 사라지는 곳들도 나왔다. 인근 시세보다 60~80% 저렴한 가격에 분양해 주거 안정을 끌어내겠다는 정책 목표가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민간 사전청약을 진행한 경기 오산세교2지구는 입주예정시기가 2025년 2월에서 2025년 11월로 9개월가량 밀렸다. 공공의 경우 입주예정일이 당초보다 1년4개월 밀린 파주운정3지구 A23블록(2026년 2월)을 포함해 올해 본 청약을 앞둔 8곳 모두가 입주 시기가 늘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7일 사전청약 접수를 받는 경기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의 분양가는 전용 101㎡ 기준 6억2000만~7000만원인데, 인근 목동의 신축 아파트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이다.
사전청약은 기존에도 본 분양 이후 분양가가 확정돼 관련 민원이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자 당첨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사전청약 제도와 실제 현실과의 괴리가 커진 셈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방식에 물음표가 켜진 가운데, 청년 주거 정책안 또한 대선 공약과 비교해 다소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청년원가주택·역세권 첫집'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으로 꼽혔다. 집값 상승으로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박탈감을 양질의 주택 공급으로 해소하겠다며 '표심 잡기'에 나선 것.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분양가상한제보다 저렴한 주택을 30만 가구 공급할 것을 공언했다. 분양가를 인근 집값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제한하는 분상제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 제시된 만큼,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가 부활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이후 지난 8.16대책을 통해 건설원가 수준인 시세의 70% 이하로 5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정책을 손봤다. 이번 발표에서는 분상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하거나 분양전환 임대주택 물량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입주지연으로 폐기됐고, 반값 청년 주택 등도 매 선거철마다 주요 공약에 올랐다가 수요 예측 실패와 로또 분양 등으로 형평성 논란에 직면했다.
공공 주택 공급을 위한 실제 재원과 택지 마련이 요원하다는 것도 난점으로 꼽힌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주거 정책의 실효성 논란에 전문가들 철저한 재원 마련과 기반 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 공공분양 물량으로 36만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등은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