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한국은행이 은행의 유동성 부담을 줄여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2금융권 등에 대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은행이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 증권 대상에 은행과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은행채·공공기관채) 등을 추가하고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확대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까지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대상 확대 기간은 11월 1일부터 3개월간이다.
한은은 은행 간 차액결제를 개별 은행 대신 먼저 해주고 나중에 돌려받는데, 은행의 지급 불이행을 대비해 여러 종류의 증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받아 놓은 상태다. 아울러 은행에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해주고 이에 대해서도 적격담보증권을 담보로 잡아뒀다.
현재 한은이 담보로 인정해주는 증권은 주로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등의 국공채들이다. 하지만 이날 결정으로 이제 은행은 은행채와 공공기관채 등도 적격담보증권으로 한은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은행채를 새로 맡기고 그만큼의 국공채를 찾아올 수 있는데, 안전성이 높은 국공채가 많아질수록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격담보증권으로 은행채를 활용할수록 LCR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채를 더 발행하거나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지고, 이는 은행의 유동성 여유는 물론 채권 시장에서 다른 회사채 등의 수요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한은은 이날 차익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의 비율을 내년 2월부터 기존 70%에서 80%로 높이는 계획까지 유예해줬는데, 마찬가지로 은행이 차익결제 담보로 한은에 각종 채권 등을 덜 맡겨도 되는 만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한은은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RP도 약 6조원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보통 한은은 통화 조절 수단으로서 RP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증권사 등의 자금난을 고려해 RP를 매입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주겠다는 얘기다.
다만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실시하는 국고채매입과 다른 것은, RP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바로 한은이 유동성을 거둬가면서 시중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인다는 점이다. 다만 본격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의 금융안정특별대출과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재가동은 이날 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