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1·2위 ‘러시앤캐시·리드코프’ 신규 대출 대폭 제한
가계대출 이어 부동산 경기침체로 담보 대출 마저 축소
제도권 금융 막히면서 ‘불법 사금융’ 이용 늘어날 듯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담보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저신용자들이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1·2위 사업자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는 최근 가계 신규 대출 취급을 대폭 제한하기로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던 대부업체들은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간 이후 기형적으로 담보대출 취급 비중을 늘려왔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담보대출까지 축소에 나선 것이다.
조달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25일 오전 기준 연 5.682%로 올해 초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BBB-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1% 중반대로 올라섰다.
저축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최근 신규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자, 상품 금리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BI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체 주택담보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였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데, 이를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조달금리 및 대출금리 상승으로 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중단되는 ‘컷오프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9월 가계대출 중 아파트·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총 24곳인데, 8월의 30곳과 비교하면 20% 줄었다.
지난달 기준 개인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34곳 중 11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는 신용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았다.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비용은 높아지는데, 대출금리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넘을 수 없도록 상한선이 지정돼 있는 만큼 이미 상한선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받던 저신용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분위기는 올 연말까지 지속할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에서는 4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를 살펴보면, 상호저축은행(-32), 상호금융종합(-38), 신용카드(-25), 생명보험(-20) 모두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민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워지면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불법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986건이었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해 9238건이 돼 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 금융기관의 조달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