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업 카드사, 단기차입금 잔액 전년比 103.9%↑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여전채 조달 여건 악화한 영향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카드사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규모가 작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채(여전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그 결과 회사채 시장 마저 얼어붙으면서 조달 어려움이 커진 영향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단기차입금 잔액은 6조586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300억원) 대비 103.9%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 빌린,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다.
카드사별로는 KB국민카드의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조4650억원에서 올해 1조7400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도 1조3820억원로 집계됐다. 증가폭으로는 롯데카드가 가장 컸다.
롯데카드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6월 말 2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조275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이 1년 새 60배 이상 급증했다. 하나카드 역시 같은 기간 500억원에서 3800억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6900억원에서 8722억원으로 26.4% 늘었다. 이밖에 단기차입을 취급하지 않던 삼성카드와 BC카드도 각각 3000억원, 177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카드의 경우 카드사 중 유일하게 단기차입금이 줄었다.
카드사 단기차입금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난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로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3년 이상의 장기물 조달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여전채 3년물 금리(AA+, 민간평균)는 연 5.995%로 연초(연 2.42%)보다 3.575%포인트(p) 상승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채권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자 여전채는 지난 한 달 사이에만 0.50%p 가까이 급등했다.
여전채 수요도 부진하다. 신용등급 ‘AA0’인 현대카드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여전채 발행을 앞두고 2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 물량은 800억원에 그쳤다.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국내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총 845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80억원)보다 60% 급감했다.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실적도 악화할 조짐이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규모가 만만치 않아 중소형 카드사부터 실적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지난해 수준의 순이익을 유지한 반면, 나머지 카드사는 모두 전년 대비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여파 등으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여전채 금리 상승분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라며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