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발행된 H지수 ELS 7조…절반 가량 원금손실 우려
H지수 ETN도 조기청산‧상장폐지 이어져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에 투자했던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의 손실 공포가 커지고 있다. H지수가 급락을 이어가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로 삼은 종목형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고 ETN도 청산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6%, 홍콩 항셍지수는 3.71% 각각 급락했다.
이는 ‘시진핑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차이나 런'(China run, 중국 회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중화권 증시는 시 주석이 집권을 연장하면 반시장적 조치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로 홍콩의 항셍이 6.36%,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2.02% 각각 급락했었다.
최근 H지수 연계 ELS 가운데 1196개 상품 총 5조3636억원 규모가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구간)를 터치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총 10조8361억원) 가운데 절반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H지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50 등과 함께 ELS의 주요 기초자산이다.
ETN도 청산 절차가 줄지어 진행되고 있다. KB증권의 ‘KB 레버리지 항셍테크 선물 ETN(H)’은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 상품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 30종목으로 산출되는 항셍 테크 지수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6월 2일에 상장해 2026년 만기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콩 항셍지수가 6.36% 하락한 영향으로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214.8원 내린 869.35원에 형성되며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정규시장 종료 시점에서 ETN의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해당 ETN은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투자자들은 조기청산 사유 발생 다음 날 추종 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비슷한 구조의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도 이날 조기 청산 위기에 놓이며 투자 유의 경고를 받았다. 해당 ETN의 전 거래일 장 종료 시점 실시간 지표가치는 1000원보다 78.7원 높아 조기 청산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미래에셋증권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는 전 거래일 대비 950원(17.92%) 급락한 4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 레버리지 HSCEI ETN(H)’은 전 거래일 대비 310원(13.51%) 하락한 1985원에 거래를 종료했으며, ‘TRUE 레버리지 HSCEI ETN(H)’는 전 거래일 대비 325원(12.38%) 하락한 2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H지수 기초 ELS 상품은 H지수 5000~6000 사이를 녹인 구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최근 5200선까지 깨지며 손실 경고음이 커졌다. H지수는 연초 8188.76이었으나 이달 24일 5114.48까지 떨어졌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고금리의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이 지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하면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만기가 되더라도 원금손실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