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이달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2년 3개월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약세장이 이어진 영향이다. 주식 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 돈은 은행 예·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유입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투자자예탁금 평균액은 49조7178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부터 일일 투자자예탁금은 48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달 평균액은 50조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 이하를 기록한 건 2020년 7월 46조5090억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1, 2월만 하더라도 28조∼29조원에 불과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가 떨어지고 저금리 시대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뛰어들었다. 이로인해 투자자예탁금은 점차 증가했고, 기업공개(IPO) 열풍까지 불면서 2020년 6월 26일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월 평균액 기준으로는 2020년 8월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고 그해 12월엔 60조원도 넘어섰다.
코스피가 3,200대였던 지난해 8월 약 69조415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긴축이 시작되며 하락장이 본격화하자 2022년 5월 50조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도 4조9114억원 가량으로, 코스피가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 지난해 1월(17조2994억원)과 비교하면 약 70%가 줄었다.
주식시장 부진에 안전자산 선호 경향은 짙어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개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16조65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075억원의 약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채권은 개인투자자에게 생소한 상품이지만 주식시장 부진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이 증권사에서 채권을 매수한 고객 중 63.5%가 기존 채권 경험이 없거나 올해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