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경기 침체로 인해 보험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 부담이 높아지면서 보험 관련 지출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보험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보험 지출은 8만9000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2분기(10만6000원) 대비 16% 감소했다. 보험 지출 감소세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실질 소득 및 소비 수준이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했던 근로자 가구와 달리 자영업자 가구는 정부 재난지원금 등에 힘입어 소득 및 소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보험 지출은 되레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소득과 실질소비는 2019년 대비 각각 29.9%, 7.3% 증가해 근로자 가구(0.3%, 0.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주로 재난지원금이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를 주도했고 이 가운데 일부만 소비 지출로 이어진 영향이 크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생명보험사들의 신계약 역시 둔화세가 뚜렷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명보험사들의 지난 7월 기준 생명보험 신계약건수는 842만9179건, 신계약 보험료는 145조565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1.63%, 18.29% 감소했다. 2년 전인 2020년의 신계약건수 961만2942건, 신계약 보험료 182조5315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2.31%, 20.25% 줄어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및 사회구조 변화로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줄고,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영향이다.
보험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둔화 영향으로 내년 국내 보험 산업의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보험 수요 위축, 해지 증가 등으로 성장성이 둔화하고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에 따라 손해율이 올라 수익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보험 계약의 실질 가치 감소, 보험금 청구액 증가, 판관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보험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내년 국내 경기둔화가 심화하는 경우 보험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장기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도 보험 산업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