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헬스케어' 산업 선도 위해 2020년부터 CIS 프로젝트를 진행
오래전부터 우주 관련 기관 통해 우주 산업의 가능성 확인
구체적 수익 모델은 없어…전문가 "중국 및 학회와 협업 모색 필요"
[매일일보 이용 기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열풍이 불고 있다. 머지않아 민간인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우주 산업 기술력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큰 편으로, 사실상 우주선 개발로 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우주선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내 제약사 ‘보령’의 젊은 사령탑 김정균 대표이사는 우주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해 주목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의 '오너 3세' 김정균 대표는 ‘스페이스 헬스케어’라는 미개척 분야의 사업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가 약국을 하던 1960년대엔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다. 당시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라 아무런 의료 인프라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제약회사도 우주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여행 대중화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우주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우주 공간은 지구와는 다른 중력과 방사선 때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뼈와 근육, 장기는 물론 신진대사, 정신, 면역력 등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2020년 미국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를 방문해 NASA 관계자에게 '아픈 사람은 우주로 갈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지만, '아직 모른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 우주를 향한 여정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스페이스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하고자 지난 2020년부터 CI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 사업으로 제1회 CIS 챌린지를 개최했고 이 대회는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모여 우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회사 내외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주 진출은 김 대표가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여려 유관기관에 방문하며 충분히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회사도 모르게 카말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과 함께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측은 이번 방문은 김 대표가 수행원 없이 진행한 개인적인 방문이라고 전했다. 2021년 코리아스페이스포럼에 청중으로 조용히 참가한 적도 있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 산업은 많은 시간을 들여야 결실을 볼 수 있다. 단기 사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임기직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의 적극적인 결단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중국의 톈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베이징대학교 천문학부 C씨는 “스페이스 헬스케어는 우주 진출과 함께 연구돼야 하는 시급한 분야”라며 “단지 중력 테스트기에 탑승했던 이들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테스트 단계부터 보령 같은 기업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우주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도 “구체적인 수익 모델은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제약 기업 중 해당 산업에 진출한 기업은 보기 드물다. 우주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진행을 일찍부터 모색한다면, 시장 선점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우주과학 연구원들과의 협업 기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스페이스 헬스케어가 시급한 이들은 우주 정거장에 체류하는 과학자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궤도상에 떠 있는 우주 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와 톈궁 뿐이다. ISS는 러시아의 경우 2024년 운영을 종료하고 미국은 2030년까지 운영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안에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텐궁을 이용할 과학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보령이 유관 기관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