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은행권 기업대출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발 공급병목현상 등을 거치면서 기업 차주들의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대출 차주도 예외는 아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0월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사상 첫 700조원을 넘겼다.
10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 새 9조7717억원 불어났다. 이기간 대기업대출은 6조6651억원 증가한 107조1474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3조1066억원 늘어난 597조523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은 2년 7개월 만에 월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중기대출의 잔액은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 들어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분은 67조원을 넘어섰다. 이제 막 4분기를 들어섰지만 이미 지난해 증가폭(60조2596억원)을 상회한 셈이다. 최근 채권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올 말까지 잔액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대출 등 여신이 성장하면 은행의 수익성은 개선된다. 요즘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이자 수익이 많이 남는다. 규모가 큰 기업대출이라면 건당 수익도 크다. 예‧적금 상품 등 조달 금리를 감안하더라도 핵심 예‧적금 상품에서는 이탈하고 단기 특판 상품을 찾는 세태를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실제로 은행들의 3분기 이자이익은 28조80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2%(23조7695억원) 늘었다.
문제는 기업들의 상환능력이다. 지난달 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대출 부실징후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상환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유사시 기업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국내기업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7.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상환능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반면 주요 17개국 기업들의 DSR은 같은 기간 단순 평균 0.5%포인트 하락하며 상환능력 개선세를 보였다.
지표상 은행들의 기업대출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 기업대출태도 지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마이너스(-)3을 기록했다.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을 강화하겠다는 곳이 완화하겠다는 곳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 기조와 엇박자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한은과 금융당국은 은행이 한은에 맡기는 적격담보증권의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등 은행 유동성 규제 기준도 낮춰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