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월 간 6500억원 규모 A등급 회사채 ‘미매각’
기업들 “A등급 투자 수요 떨어져 자금 모집 어려움”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의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채안펀드는 안정적 운용을 위해 신용등급 AA 이상인 회사채만 매입하고 있다. 반면 A등급은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가 시들하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9월 총 9500억 원의 회사채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미매각됐다. 이 중 60%인 6500억 원어치가 A등급 회사채다. 회사채 발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AA등급 이상 회사채는 지난해 7~9월(5조 5000억 원) 대비 23% 줄어든 4조 2000억 원이 발행됐지만 A등급 회사채는 1조 1000억 원 발행에 그쳐 지난해(2조 9000억 원) 대비 절반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A등급의 소외 현상은 기본적으로 발행 규모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쳐 회사채 시장이 한껏 경색된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A등급 회사채의 인기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A등급이 대규모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고정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량등급은 신용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찾는 투자자가 많고 BBB급 이하 비우량 등급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데 A등급은 입지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보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산업은행·기업은행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A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신규 발행하는 회사채의 70%를 금융 공기업이 사주는 구조지만 기업들도 30%의 물량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평소라면 회사채 발행액의 30% 정도는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연말을 앞둔 데다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겹쳐 이조차 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가동이 재개된 채안펀드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투자 대상도 A등급 회사채까지 확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장에서 매입을 시작해 기존 잔액인 1조 6000억 원으로 신규 발행되는 CP와 회사채 등을 사들이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A등급 회사채는 기관투자가 수요가 적은 데다 무엇보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회사채 발행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