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강 대 강으로 가면 공포의 균형 깨질 것"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화하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핵 대응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토식 핵공유, 독자 핵무장 등 핵무장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핵 대 핵 강 대 강 대치로 인한 비핵화 명분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올해 들어 북한의 대남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노골화되고 매우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국 국민들의 70% 이상이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 센터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 공유가 신뢰할만한 옵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6일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2017년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하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확장억제는 단기적으로 우리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확장억제가 유사시 작동할 수 있는 핵우산이냐, 펼쳐질 수 있는 우산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확장억제라는 임시 처방에만 전적으로 우리의 안보를 의존할 수 없다. 시간이 좀 걸린다 하더라도 미국을 꾸준하게 설득하면서 독자적 핵무장의 방향으로 가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인택 한국국방안보포럼 공동대표는 '한반도의 완벽한 핵억지'라는 한국 안보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모든 핵억지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고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현 대표는 지난 4일 현인택 한국국방안보포럼 공동대표는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상황과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볼 때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며 "새로운 전략 목표는 '한반도의 완벽한 핵억지'가 되어야 한다. 한국 안보의 새로운 목표를 위해 우리는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전략 플랜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나토식 핵공유를 위한 "단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회담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핵 대 핵 강 대 강 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위기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김 교수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핵에 핵으로 대응하면 어느 한 쪽이 이길 수 있는 것이냐.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가면 이 공포의 균형이 언젠가는 깨질 것"이라며 "지금은 위기관리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적 핵무장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강동완 동아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무장의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성 이런 부분들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전술핵도 사실 굉장히 찬반이나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데 독자적인 핵무장을 한다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강 교수는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 정책의 핵심이 비핵인데 우리가 여기서 지금 독자적인 핵무장을 한다고 하면 정권에서 제시했던 정책 자체를 뒤바꾸는 개념인데 그것은 좀 말이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