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권 연체율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3분기 대부분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 총량은 증가했다. 연체율이 오른 곳도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기 직전인 요주의 여신비율이 늘기 시작한 곳도 있다. 정부의 기조에 따라 취약차주를 돕자는 취지로 금융지원에 나선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가 삐걱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 1분기(4조6000억원)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순익 성장의 핵심은 이자이익 증가였다. 한국은행이 연거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예대마진이 확대된 가운데, 대출 수요는 유지됐다.
금융그룹은 철저한 검사에 따라 분별 있는 대출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입된 차주들의 대출이 안전하게 상환될지는 의문이다. 미국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금리인상 최대치를 논하기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끝없는 긴축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계에 도달한 차주들의 상황능력이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각 사별로 연체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여신은 안정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구분한다. 각 금융지주들의 대출은 고정이하 여신이 늘거나 해당단계에 포함 직전인 요주의 물량이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늘었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5%로 전년동기대비 2bp 상승했다. 특히 총여신 중 디폴트 직전인 회수의문 대출이 올해만 35.9% 늘어난 435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주력계열사인 하나은행의 회수의문 여신은 줄었지만 이외 계열사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의 경우 연체율(은행+카드)이 지난 3분기 0.22%로 전분기 대비 1bp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bp 내린 0.29%를 기록했지만,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기 직적인 요주의 여신을 포함하면 0.19%포인트(p) 오른 0.93%로 껑충 뛴다. 우리금융의 3분기 요주의 여신 규모는 연초대비 33.1% 늘어난 3조2860억원이다.
KB금융의 올 3분기 고정이하여신은 1조3645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7%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기 직전 단계인 요주의 물량은 3조1661억원으로 2조원대였던 직전분기 대비 15.8%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직전분기와 같았다. 주의해야할 대출 건수가 늘어난 격이다. BIS자본비율은 15.42%로 직전분기대비 21bp 내렸다. KB금융은 건전성지표 하락과 관련해 “기업여신 중심의 성장과 해외자산 확대로 위험가중자산 증가 및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AOCI)감소 영향으로 BIS 비율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리딩금융에 오른 신한금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위험가중자산은 301조91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7%, 전년 말 대비 11.5% 늘었다. 대출 중 요주의이하 여신 비율은 1.08%를 기록, 전년 말에 비해 5bp 상승했다. 자본 성장세는 위험가중자산의 성장세 등을 따라잡지 못했다. 총자본비율은 전년 대비 0.3%p 하락한 15.9%로 집계됐다. 이기간 보통주자본비율은 0.44%p, 기본자본비율은 0.34%p 내렸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납입 유예만으로 연체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은 당국 기조에 따라 역대 수준의 충당금을 쌓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날수록 충당금을 더 쌓아야한다. 올해 금융권의 연간 목표치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