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달 간 삼성전자 1.7조원·삼성SDI 9000억원 사들여
광고·콘텐츠 사업 부진에 네이버·카카오 외국인 순매도 1·2위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지난 한달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가량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주로 반도체, 배터리 기업을 사들인 반면 플랫폼 기업은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4445억8900만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1% 가량 하락했지만 10월 들어서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8.95% 상승했다.
돌아온 외국인은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 한달 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7080억원 순매수 했으며 삼성SDI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327억원, 6984억원 어치 사들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외국인들이 6861억원 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대만에 통일 의지를 내보인다는 점과 미 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 강화 등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자 코스피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생겨 순매도 기조를 멈췄고 최근 중국이 대만에 대한 통일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 수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해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국내 반도체에는 오히려 수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아직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에 머물러 있지만, 반도체장비 등 중소형으로도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대장주의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악화 되고 있는 양안 관계 악화와 함께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 악영향이 한국보다 대만IT 업황에 더욱 큰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플랫폼 기업은 대거 팔고 있다. 지난 한달 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중에서는 네이버(7827억)가 1위에 올랐고 카카오(1973억)는 2위였다. 이들 기업은 광고 사업과 콘텐츠 사업 매출 부진에 따라 4분기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M&A로 인한 파트너비 상승과 인력 증가를 반영하여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각각 7.7%, 13.3%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할인율을 상향 조정했다”며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기존 35만원에서 25만원으로 28.6% 내렸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3분기 매출은 컨센서스에 부합했으나 영업이익은 빅브랜드 광고주 예산 집행 축소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예상치를 하회했다”며 “디지털 광고와 커머스 시장의 둔화 환경 속에서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매출 손실과 이용자 직접보상(약 400억원)과 카카오톡 서비스 개편의 지연(1~2개월)으로 4분기 이익은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