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자금조달 어려움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2금융권 등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1금융사의 지원을 호소했다.
9일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은행회관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 20개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점검과 은행권의 자금조달·운용 관련 애로사항 등을 주로 논의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제여건이 어렵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권과 정부가 힘을 합쳐 경제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때”라고 전했다.
은행업계는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은행채가 시중 자금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AA급의 우수한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4~5%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회사채 수요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내용이다.
은행업계는 이어 제2금융권의 신용 유지에 협조하고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은 지난 10월 간 CP, ABCP, 전단채를 4조3000억원, MMF 5조9000억원, 특은채‧여전채 6조5000억원을 매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시장 충격의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 및 운용 지원을 위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를 실시한다. 예대율 규제도 완화한다.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의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도 코로나19 당시와 동일하게 하향 적용한다. 증안펀드의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를 250%에서 100%로 하향 조정한다.
한편 은행장들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순환의 중심에 서있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금리·물가가 오르며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취약차주 등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실무TF’ 등을 통해 건의사항을 수시로 수집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달라”며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고 말했다.